
■ ‘창조의 시대’특강 펼친 이어령 석좌 교수
지난 17일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창조의 시대’를 주제로 특강을 한 이어령 한양사이버대학교 석좌 교수(사진)는 “창조성을 되찾으면 성인들도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부 장관 시절 88서울올림픽 총괄기획을 맡아 ‘벽을 넘어서’란 캐치프레이즈와 ‘굴렁쇠 소년’등 창조적인 기획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교수를 만나 창의적인 글로벌 리더에 대해 들어봤다.
호기심 갖고 질문 던지며 창의력 키워 국내 대학도 활발한 질문ㆍ토론 오가야 이끌고 밀어주는‘소통의 리더십’갖길
이 교수는 “창조력의 시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관심이 있으면 호기심이 생기고 질문을 던지게 되는 법이다.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남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관찰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창조적인 현실을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 1을 배출한 유대인들의 교육방식은 아이의 질문을 억제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국내 대학들도 수업시간에 좀 더 활발한 질문과 토론이 오고가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88서울올림픽 당시 총괄 기획을 맡았을 때 이 교수는 개막식에서 새로운 한국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동양적인 조화와 미를 상징하는 ‘여백의 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끊임없는 질문과 남다른 관찰을 통해 굴렁쇠 소년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역대 올림픽 개폐회식이 주로 건장한 남자 위주로 진행됐던 데 반해 서울올림픽은 처음으로 어린아이를 내세워 생명, 정적 속에서 아이가 하얀 옷을 입고 굴렁쇠를 굴리면서 지나가는 텅 빈 공간을 보여줬다.
그에 따르면 사실은 아이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 햇빛이 꽉 찬 메인스타디움 자체와 배경, 즉 그림 그리는 백지를 동양화로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 돈이나 물량 공세 대신 정적과 공백을 이용한 동양의 정신, 그 자체를 보여줬고 전 세계인의 뇌리에 강렬한 한국의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고.
세계화 시대의 리더십을 묻자, 그는 목자과 양의 관계를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동양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양을 앞에서 끌어가는 것이었다. 서양의 민주주의적 리더십은 양을 뒤에서 몰아주는 대신 강압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리더십은 양무리의 한복판에서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인종, 다국적, 다문화 환경에서 세계 모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이 교수는 “스피치 능력을 길러야 한다. UN 반기문 사무총장을 평가하는 서구 언론들은 종종 전 세계를 향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피치 능력 부족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반 사무총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교육 환경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갖가지 지구촌 문제가 산적한 시대에 세계인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하나로 묶는 힘있는 영어 스피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학습자들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코피 아난 UN 전 사무총장 같은 설득력 있는 스피치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리더는 영어의 벽을 넘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전달하고 지구촌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매일매일 남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국내외 현상에 관심을 갖고 질문과 관찰을 통해 얻은 결과를 논리적, 창의적, 비판적인 말과 글로 표현해 나가면 창의적인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호기자 |